'달에는 다양성이 필요 없다' 트럼프의 DEI 폐기령, NASA까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 소개 페이지에서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최초의 국제파트너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 문구는 그동안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강조되어 왔던 내용이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약 50년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계획이 트럼프의 첫 임기인 2019년에 시작되었으며, 여성과 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결정 역시 같은 해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NASA 측은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현재의 정책 변화를 해명했다.
NASA는 지난 수십 년간 나이 많은 백인 남성 중심의 조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진행된 아폴로 임무에서 달을 밟은 12명의 우주인은 모두 36~47세 사이의 백인 남성이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인 샐리 라이드가 우주에 간 것은 1983년이었으며, 같은 해 말 기온 블루포드가 첫 흑인 우주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여성과 유색인종의 달 착륙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DEI 정책 폐기 지시로 인해 이 계획은 공식적으로 철회되었다.
현재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2022년 11월에는 무인 달 궤도선인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으며, 2026년 4월에는 유인 달 궤도선인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여성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흐와 아프리카계 남성 빅터 글로브를 포함한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해 달 궤도를 돌게 된다.
아르테미스 3호는 2027년에 발사될 예정으로, 우주비행사들이 달의 남극에 착륙해 탐사 활동을 벌인 후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이 임무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 우주인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은 공식적인 목표에서 제외되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치의 변화가 과학 정책과 우주 탐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과학계와 정치권 모두에서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DEI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우주 개발이라는 인류 공통의 과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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