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30년, 최후의 일본군의 잊혀진 청춘



1974년 3월 9일, 필리핀 루방섬에서 발견된 일본군 소위 오노다 히로는 30년 동안 정글에 숨어 지내며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사실을 모른 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1944년 필리핀 전선에 투입된 오노다는 "절대로 목숨을 끊지 말고 버티라"는 명령을 받고 게릴라전을 펼쳤다. 대부분의 일본군이 사망하거나 투항한 후에도 오노다는 몇 년간 저항을 계속했다.

 

오노다는 1951년 미군에 투항한 부하로 인해 생존 사실이 알려졌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끝까지 투항을 거부했다. 1974년 일본 탐험가 스즈키 노리오가 오노다를 설득했으나, 그는 상부의 명령이 없으면 투항할 수 없다며 버텼다. 결국 일본 정부는 그의 상관 다니구치 요시미를 찾아 명령서를 전달하고 나서야 오노다는 투항했다.

 

귀국한 오노다는 일본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나, 급변한 일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브라질로 이주하여 목장을 경영했다. 1990년대 필리핀 정부의 초청으로 자신이 숨어 지냈던 정글을 방문했으나, 도피 중에 살해한 필리핀 주민 30명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2021년, 프랑스 감독 아서 하라리는 오노다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000일'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고 여러 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오노다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군국주의에 세뇌된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소멸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패전 후의 일본은 친미 국가로 변모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전쟁에 소모된 청년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노다의 신념은 덧없이 무너졌고, 그의 청춘은 영웅적인 저항이라는 미명 아래 망가졌다.